잃어가고 있는 우리의 옛것을 지키는 데 심혈을 기울여온 연변장백산조형예술연구원은 연변미술의 지평을 확대하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2019-12-16 08:52:50
조선족 전통 베개와 이불은 력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땀한땀 수놓여진 조선족 전통 베개머리무늬와 이불보를 수집, 보존하는 데 팔을 걷고 나선 이가 있었으니 바로 연변장백산조형예술연구원(이하 연구원) 강종호(58세) 원장이다. 12일, 방금 길림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그를 연변미술관에서 만났다.
연변장백산조형예술연구원 강종호 원장.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연변 8개 현, 시의 전통시장들을 돌아다니면서 많이 구입했지요. 그림 그리러 농촌에 갔다가 촌민들과 식사를 같이 하면서 얻게 된 것도 있구요.” 1998년 11월말에 스위스에서의 견학을 마치고 귀국한 강종호씨는 조선족 전통무늬를 화면에 담고 싶은 생각이 들어 옛 베개머리와 이불보를 모으기 시작했단다. 그 결과 2600여점에 달하는 베개머리무늬와 100여점의 이불보를 소장하게 됐고 2014년 7월에 제1회 중국조선족베개머리무늬전시회를 열었으며 향후 조선족이불보무늬전시회도 개최할 예정이란다.
2004년 6월 21일, 베개머리와 이불보를 장만하던중 겨레의 넋이 깃든 장백산과 같은 민족문화를 반영하는 작품을 창작하고 연변원로화가들의 작품을 정리, 탐색하려는 취지하에 그는 연구원을 세웠다. 15년간 회원들은 유화, 국화, 수채화, 판화, 조각과 공예미술 등 분야를 아우르는 창작활동을 해왔고 제1회장백산국제미술제, 중한미술작품교류전시회 등 전시회를 주최하면서 영향력을 넓혀갔다. 2005년 12월에는 ‘중국조선족유화예술발전려정과 특색연구’, 2009년 12월에는 ‘개혁개방 30년간 중국조선족미술발전려정과 특색연구’, 2012년 12월에는 ‘중국조선족백년미술발전 려정과 특성연구’ 등 연구과제를 완수했다.
“석희만, 김영호, 림무웅, 김문무, 리부일, 김철봉, 임천……연변의 원로화가들 가운데는 세상을 뜨신 분들이 많습니다. 개혁개방 초기에 외국에서 이분들의 작품을 구매하기도 하고 보관상의 차실로 곳곳에 흩어져 원로화가들의 작품을 정리하고 연구하기란 쉽지 않지요.” 강종호씨는 겪은 난항을 터놓았다. 미술이라는 외길인생을 걸어온 화가들이여서 최소한 50~100여점에 달하는, 부동한 시기의 작품을 찾아내야 할 텐데 실제로는 한 화가당 10여점의 작품밖에 수집하지 못한다니 그야말로 전통문화적 재부의 눈치채기 어려운 손실이였다. 한편 그는 “연구원 회원 가운데 30명가량은 외지에서 일하고 있다.”면서 인재 류실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현재 129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연구원은 원로화가로부터 대학교수, 기타 미술 관련 직에 종사하는 근로자, 미술애호가, 대학교 연구생 등 비교적 다양한 년령층과 직업층을 구비하고 있다. 이제 겨우 4, 5년을 그린 화가와 30년 넘게 그려온 화가 사이에는 거리가 존재하지만 연구원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고 전시회에도 함께 참여하고 있단다.
“연구원에는 젊은 피가 꼭 있어야 합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소유하고 있고 서로 다른 표현을 구사하기에 서로 계발을 받고 격려하게 되지요.” 앞으로도 나젊은 화가들을 발굴하고 그들로 하여금 과감히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며 그들과의 창작교류를 이어갈 것이라 밝힌 강종호씨이다.
올해 12월 8일에 막을 올린 ‘장백의 운’ 미술작품전시회는 연구원에서 주최한 또 하나의 야심작으로서 특히 연변에서 처음으로 유수의 미술단체, 여러 풍격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강종호씨는 “여직껏 북경에서 1~5명의 조선족화가들의 작품전시회는 있었지만 100~200명 좌우의 대규모적인 단체작품전시회는 없었거든요. 2022년, 연변조선족자치주 창립 70돐이 되는 해에 전 중국의 조선족 화가들의 우수한 작품들을 중국미술관과 같은 곳에 모아놓고 선보이고 싶은 것이 저의 꿈입니다.”고 연구원의 다음 행보를 내다봤다.
력사의 현실이 출렁이는 대하 가운데서 일부 전통문화는 살여울 따라 속절없이 흘러가버렸다. 잃어가고 있는 우리의 옛것을 지키는 데 심혈을 기울여온 연변장백산조형예술연구원은 연변미술의 지평을 확대하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장백의 운'미술작품전시회 작품들.
글 사진 김수연 견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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