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14 15:13:32
생명체의 로화 과정을 어떻게 리해해야 될가? 20세기 중, 후반 생명현상에 대한 분자생물학적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유전자가 생명현상에 관여하는 주요한 정보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즉 20세기 중반 이후 생물학자들은 세포 내의 유전정보에 대한 리해를 통해 발생과 발달, 진화를 리해할 수 있다고 믿었으며 나아가 생명의 로화와 죽음을 리해할 수 있다고 간주했다. 200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분자생물학자 엘리자베스 헬렌 블랙번(1948~)은 로화에 대한 분자생물학 연구를 개척한 중심인물이다.
블랙번은 세포의 로화와 세포의 죽음에 대한 여러 분자적 메커니즘을 밝혔다. 그녀는 특히 염색체 말미의 말단소립- 텔로미어라는 부분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세포가 분렬하며 증식할 때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 염색체가 어떻게 해서 분해되지 않고 안정성을 지니는지를 보여 주었다. 이를 통해 그녀는 1982년 염색체의 말미에 말단소립 부분이 반복적인 부분들을 통해서 염색체가 복제 시 실 가닥처럼 해체되지만 다시 안정적으로 보호되면서 정확하게 복제되도록 해 준다는 점을 밝히며 생물학의 근본 문제인 생명체의 안정성을 설명했다. 그러던 1984년, 그녀의 연구 팀은 이러한 생명체의 안정성에 관여하는 효소를 발견함으로써 세포의 분렬 과정에서 염색체의 안정성의 파괴가 로화를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로화에 대한 최초의 분자생물학적 설명이였다.
블랙번은 1948년 오스트랄리아에서 태여났다. 그녀는 고중 시절부터 과학에 재능을 보였으며 오스트랄리아 멜버른대학교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학부생활을 마친 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으로 류학을 떠났다.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블랙번은 당시 분자생물학의 가장 첨단 기술이였던 DNA 염기서렬 분석방법을 사용해 연구를 수행했다. 그녀는 생화학자 프레더릭 생어의 지도 아래 DNA 염기서렬 분석방법을 활용해서 phi-X 174 박테리오파지의 RNA 염기서렬 분석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 기술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몇몇 안 되는 첨단 분자생물학자로 성장했다. 그녀는 자신의 박사 후 연구과제로 염색체 말미에 안정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었던 말단소립의 생물학적 역할을 탐구하고저 했다. 1930년 유전학자 바버라 맥클린톡이 옥수수 세포에서 예상치 못하게 끝부분이 짧아진 두 염색체가 서로 붙어 버리는 현상을 발견했으며 1938년 유전학자 허먼 멀러가 염색체 내에서 말단소립의 존재를 처음으로 확인했다.
블랙번은 첨단기법이였던 DNA 염기서렬 분석법을 사용해 말단소립의 생물학적 역할에 대한 연구를 제안했고 1975년 졸업 후 곧 예일대학의 저명한 조지프 갈의 실험실에서 박사 후 연구를 수행했다. 여기서 그녀는 곰팡이류인 테트라히메나 염색체의 끝부분에 있는 텔로미어가 CCCCAA 반복서렬로 구성되여 있음을 밝혔다.
블랙번은 첨단 염기서렬 기술을 도입해 말단소립에 대한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분자생물학 분야의 선두에 서 있던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분교에서 교수직을 얻는 데 성공했다. 버클리의 분자 생물학과는 경쟁이 극심하고 종신심사가 엄격하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곳이였다. 당시 녀교수는 블랙번을 포함해 고작 두 명뿐이였다. 그녀는 버클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루 12시간 넘게 실험실에서 일하는 생활을 지속했다.
그녀는 말단소립에 대한 연구를 지속함과 동시에, 당시 개발되였던 유전자 재조합 기술 등 첨단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새로운 연구자들과 협력을 도모했다. 박사 후 과정에서 경험했듯이 한 연구주제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협력이, 기존의 연구주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였다. 마침 블랙번은 하버드 의과대학의 시드니 파버 암 연구소에서 일하던 잭 조스택과 협력하게 되였고 이들은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리용해 말단소립을 지닌 미니 염색체를 제조하고 이를 발현시키는 데 성공했다.
블랙번은 조스택과의 협동 작업을 통해 여러 생물종에 말단소립이 공통적으로 존재하며 종간의 차이가 별로 없이 보존된 형태로 존재한다는 점을 밝혔다. 그녀 및 협력자, 학생들은 염색체의 안정성을 유지하는데 말단소립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 그리고 이 말단소립의 길이가 짧아지며 불안정해지는 과정에서 점차 로화가 진행된다는 점을 밝혔다.
그 후 지난 20년간 이를 통해 말단소립에 관한 연구는 유전체의 안전성과 로화, 암에 이르는 기초과학적 이슈에서 림상 분야의 문제까지 련관성을 갖는, 중요하고 창의적인 업적이 나올 수 있는 분야로 재정립되였다. 오늘날 말단소립의 길이가 짧아지는 현상이 로화 현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가정 아래 기초 생명과학자 이외에도 많은 생명공학 회사들과 림상의학자들이 로화 방지와 관련 질병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세포가 로화되지 않고 끊임없이 자라서 발생하는 암과 같은 질병은 말단소립이 연장되는 현상과 련관이 있다고 여겨지며 이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블랙번은 첨단 기법을 전략적으로 사용해 기존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분야에서 미스터리로 남아 있던 말단소립에 관한 생물학적 질문을 실험적으로 검증 가능한 질문으로 변화시켰고 말단소립 연구를 분자생물학의 중심 문제인 로화와 질병에 관한 핵심적 연구 분야로 재창출할 수 있었다. 오늘날 그녀의 성공적인 연구를 기반으로 염색체 안정성과 로화, 암에 이르는 기초과학부터 림상까지 중요한 업적이 나올 수 있는 새로운 분야가 탄생했다. 이렇듯 로화에 대한 분자생물학 연구를 개척한 공로로 인해 블랙번은 2009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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