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 2020-04-22 08:36:32
려객기는 긴 활주로가 필수이다. 전속력을 다해 뛰여야 날아오를 수 있다. 덕분에 비행장 건설 비용도 어마어마하다. 최소 2~3킬로메터의 활주로는 물론 리, 착륙 소음과 안전 때문에 축구장의 10~400배에 달하는 면적을 확보해야 한다. 비행기표 값이 비싼 것도 납득이 간다. 활주로가 없이 그 자리에서 수직으로 떠오를 수 있는 려객기가 있다면 좋겠지만 쉽게 실현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려객기에는 수직 리착륙 항공기가 없는 걸가.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들 수 없는 무거운 물체를 높은 곳으로 옮긴다고 하면 기중기, 도르레 등을 리용하거나 바퀴의 힘을 빌려 수레로 실어 날라야 된다. 항공기도 마찬가지이다. 최대 리륙중량이 57만 5000킬로그람인 항공기를 수직으로 띄운다고 가정해보자. 1킬로그람의 질량을 가진 물체를 1초당 1메터의 속도로 이동시키는 데 필요한 힘의 량을 1뉴턴이라고 할 때 57만 5000킬로그람의 항공기를 띄우는 데 최소 5641킬로뉴턴의 힘이 필요하다. 이 항공기의 각 엔진 출력은 320킬로뉴턴이다. 단순히 리륙하려면 최대 리륙중량보다 훨씬 더 강력하거나 더 많은 엔진이 필요하다. 현재 엔진 추력을 기준으로 수직 리륙하려면 18개의 엔진이 필요하다. 이는 리륙 최소값으로 해당 항공기의 4.5배에 달한다. 착륙할 때 역시 리륙 중량보다는 줄어들지만 현재보다 3배 많은 엔진이 있어야 제자리 비행을 하면서 착륙할 수 있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고정익기(固定翼机)가 길고 긴 활주로를 달리면서 얻은 부력으로 엔진의 연비를 극강으로 높여서 얻는 리득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같은 무게라면 고정익기의 능률을 따라갈 만한 항공기가 거의 없다. 극단적인 례를 들자면 대표적인 수직발사기인 로케트와 려객기의 수송비용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 실제 항공기 제작비용도 고정익기, 헬리콥터, 수직리착륙기 순으로 높아진다.
수직리착륙기 하면 헬리콥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헬리콥터에서 수직리착륙은 당연한 기능이기 때문에 회전익기로 분류된다.
헬리콥터의 최고속도는 시속 400킬로메터 정도이다. 려객기의 대기 순항속도의 절반 정도라고 보면 된다. 헬기의 속도를 이보다 높일 수 없는 결정적인 리유가 있다. 헬리콥터에는 회전날개가 있다. 회전날개의 절반은 앞쪽으로 다가오지만 절반은 돌아나가면서 뒤쪽으로는 공기 흐름을 타고 움직인다. 로터가 회전하면서 부력을 얻는데 반은 부력을 많이 얻고 날개가 후퇴할 때는 적게 얻는다. 부력의 불균형 현상이 일어나면서 총부력이 줄어드는 것이다.
헬리콥터가 고속으로 비행할수록 이 차이는 증폭된다. 헬리콥터의 균형과 수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 반대되는 량쪽이 비슷한 량의 부력을 생성해야 한다. 전진하는 날개는 각도를 줄이고 반대쪽은 날을 세워서 최대한 동등하게 만들어줘야 안정적인 비행을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헬리콥터의 속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리유이다.
고정익기에 수직리착륙 기능을 더하려는 노력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원리는 일맥상통한다. 회전날개를 추가로 다는 것인데 엔진의 힘으로 직접 부력을 발생시켜 날아오르는 방식이다. 이 회전날개를 고정된 주요날개 끝에 달거나 주요날개에 회전날개를 달아 주요날개를 한꺼번에 들어올리거나 고정익기 우에 회전날개를 달아 헬리콥터처럼 항공기 전체를 떠오르게 하는 방법 등이다. 전방에 회전날개를 달아 항공기를 세운 다음 리륙하는 방식이 시도되기도 했다.
이들 방법과는 또 다른 갈래가 로케트 발사 방법이다. 엔진에서 분출하는 배기가스로 리착륙을 하는 항공기이다. 이 항공기들은 분사구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의 힘으로 수직리착륙을 하는데 엔진의 분사구의 각도를 아래로 해 공중으로 떠오른다. 별도의 엔진을 수직방향으로 설치해 리륙하기도 한다. 엔진의 힘으로 날개를 돌려서 항공기를 띄우기도 한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이 1950년대부터 시도됐고 실제 이런 방식으로 개발된 항공기 기종은 10~20여종에 이른다. 근래 들어 항공택시, 개인 항공기용으로 개발되는 항공기까지 합친다면 300여종이 넘는 수자이다.
이런 시도들은 실용화의 벽을 넘기도, 개발 이후의 기술, 비용, 고난이도 조종의 한계로 무산되기도 했다. 물론 모두 려객기에 접목되지는 못했다. 기동성과 기능성이 최우선이 되는 전투기 등에만 일부 상용화가 이뤄졌을 뿐이다. 엔진의 힘만으로 거대한 리륙 중량을 들어올리는 데는 필연적으로 대량의 연료 소모가 따르기 마련이다. 일례로 리착륙시 분사구의 각도를 바꿔 수직 리착륙을 할 수 있는 AV-8 전투기는 무장을 많이 실을 때는 단거리 리륙(250메터)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모량이 너무 커져서 비행거리가 급격히 짧아진다.
거대한 려객기를 수직으로 띄우는 일은 지구의 중력장 안에서 쓸모있어보이지는 않는다. 대신 도심 속 개인항공기에서는 수직리착륙기를 보게 될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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