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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세월이 말을 건다…전통가옥서 즐기는 고즈넉한 가을
 
발포인:김혜숙 발포시간:2022-09-13 클릭:

 

도문시 월청진 백룡촌 ‘백년부락’

2022-09-08 20:50:00

마루에 슬쩍 걸터앉는다. 세월이 느껴지는 낡은 마루와 서까래, 푸른 이끼가 잔뜩 끼여있는 처마는 오랜 세월을 품은 고택의 흔적을 말한다. 처마에 달린 녹슨 풍경, 가을바람이 슬렁 불자 ‘딸랑딸랑’ 연주를 시작하며 귀가에 속삭인다. 지나온 시간을 들어보라고 말이다.

140년을 넘게 한자리를 지켜온 곳, 이번에 찾은 곳은 도문시 월청진 백룡촌의 ‘중국조선족 백년부락’이다. 이곳의 백년가옥은 지금까지 중국 경내에 남아있는 몇 안되는 조선족풍격의 옛집중 하나이다.

이곳에서는 하루가 오롯이 지난다. 아침해의 눈부심, 한낮의 쨍쨍함, 저녁의 노을, 밤의 달빛이 모두 머문다. 자연과 소통하는 호흡마저 생생하다. 비가 올 때는 비소리를 벗 삼아 한잔 술을 기울이고 싶어진다. 얼굴을 간질이는 가을바람의 장난기도 손에 닿을 듯 느껴진다. 이 포근함은 어디서 오는 걸가? 혼자인데도 혼자가 아니다. 창호지에 비치는 산천이 그대로 수묵화로 변하는 신기루를 마주한다.

자연의 것으로 만들어져 자연과 하나가 되는 우리의 가옥, 현대성을 가미한 도심 민속촌이 주변에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사람이 만들어낼 수 없는 세월의 아름다움을 가진 집에서 하루를 머물고 싶다면 백년부락을 추천한다.

한눈에도 오랜 세월을 견뎌온 것이 보이는 백년가옥은 보는 순간 탄성이 나온다. 오랜 세월 해살과 비바람을 맞으면서 그을렸는데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아주 독특한 건축미가 돋보인다. 못 하나 친 곳 없이 100여년이 넘도록 기둥이며 대들보가 맞물려있다. 숨막히게 지내다가 이곳에서 머무는 시간 만큼은 여유롭게 숨을 고를 수 있다.

전통가옥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우리의 전통미의 극치가 오롯이 담겨있다. 람루하지도 호사스럽지도 않은 기풍이 담긴 전통가옥의 멋, 오랜 세월 우리 겨레와 함께 이 땅에 적응해온 지혜와 삶의 숨결이 응축돼있다. 이곳은 선후하여 중국특색마을, 중국전통마을, 중국력사문화명촌 등 영예를 한가득 받아안았다.

이곳을 발견한 이는 김경남 주인장, 오랜 세월 아무도 살지 않고 페허로 방치됐던 곳을, 공포영화에나 나올 정도로 곳곳이 부서지고 무너져있었는데 매일 조금씩 보수하며 되살려냈다. 전통가옥 주변으로 멋지게 휘여지며 자란 나무가 백년가옥과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편한 풍경이다. 마당에는 주인장 김경남이 지하수로 손수 만든 인공개울물이 돌돌 흐른다. 거기에 맑고 투명한 푸른 가을하늘까지 더해져 수채화를 그려낸다. 그리고 바로 옆에 아름드리 수양버들 밑 정자 안에는 샘이 깊은 드레박 우물까지 있다. 우물은 지금까지 수원이 말라들지 않고 수심이 2메터 이상으로 깊다.

전통가옥 주변으로 60년은 족히 되는 조선족가옥이 일곱채가 더 있다. 역시 김경남이 알심 들여 옛것 그대로 보수했다. 처마 밑과 정주간 천정에는 어느새 제비가 둥지를 틀었다. 이 전통가옥들에 둘러싸여있는 정원도 예사롭지 않다. 어른 허리까지 올 듯한 돌담들이 구불구불 펼쳐진다. 낮은 돌담 우에 조롱박들이 덩그러니들 올라앉아있다. 깨끗하게 정리가 된 터밭은 한아름이나 되는 떡호박이 자리를 차지했다. 주인장의 터밭 자랑이 한참이나 이어진다. 자신의 농사솜씨가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백년부락을 찾으면 또 볼거리 하나가 더있다. 두만강을 낀 고즈넉한 이 시골동네에 이색 박물관이 나타났다.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다채로운 예술품과 골동품이 어우러진 이 박물관은 주인장 김경남이 수십년 세월을 수집해온 우리 민속기물들로 마련된 민속박물관이다. 대부분이 마을사람들이 쓰던 생산도구와 생활용품들과 조선족문화유물이다. 그간 그가 수집한 유물은 1000여점, 민속박물관에 400여점이 진렬됐다.

이 마을에서 살던 그 누군가가 쓰던 소수레, 물동이, 탈곡기, 방아, 함지, 방직틀, 국수틀 등 세월이 켜켜이 쌓여있는 물건들이 시선을 앗아간다. 오래된 것에서는 정겨움이 묻어있다. 물리적으로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지만 오래된 장소와 물건을 마주하면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든다. 아츠라니 맑게 개인 가을 날씨가 이 공간을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지난 세기 60, 70년대의 우리의 삶과 일상을 담아놓았으니 한눈에 보아도 주인장 김경남의 록록치 않는 관록과 만만치 않은 단단함을 지닌 숨겨진 고수의 풍내를 던진다.

사실 박물관중에서도 민속박물관은 얼핏 생각하면 수집이나 전시, 운영이 가장 쉬운 듯 여겨지면서도 가장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려운 곳이다. 흘러온 우리의 살림살이 력사와 문화를 죄다 설명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것을 이 박물관은 실현해냈다. 전통가옥을 배경 삼아 전시된 유물마다 이야기거리가 넘쳐날 듯 보인다. 주제와 순서를 어지럽히지 않으면서도 우리의 삶을 늘 새롭게 생각하게 만드는 박물관이다.

영원히 마주할 수 없는 시간을 품은 곳이니 백년부락을 방문했다면 민속박물관도 빼놓지 않고 꼭 한번 둘러보길 바란다.

우리의 문화유전자가 담겨있는 이곳 백년부락을 한마디로 알려주기란 어려운 일이다. 규모가 어마어마해서가 아니다. 직접 느껴볼 우리의 이야기들로 가득차있는 ‘토종 명소’이다. 고집스럽게 우리 조선족의 삶, 일, 문화를 보여주는 곳이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안성맞춤한 곳이다.

  글·사진 신연희 김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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